◯ 큰바람을 가지고 넘나들던 고개
성주에서 대천으로 통하는 고개다. 옛날에는 성주 사람들이 대천으로 장을 보러, 대천사람들이 성주로 먼 산 나무하러 다니면서 생겨난 고개다. 한때는 40번 국도가 지나기도 하였다. 성주산에 난 고개 중 웅천으로 넘는 이현 고개와 더불어 교통량이 가장 많고 널리 이용되던 고갯길이었다.
그 옛날 성주 등 산골 내륙 사람들이 이 고개를 통해 개화기 산물(쇳개 포구로 군산 등지에서 배편으로 실려 온 근대적 공산품-철제 농기구, 광목, 석유, 설탕, 성냥, 담배 등)을 등짐이나 봇짐으로 등에 지거나 머리에 이고 나르던 고개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가난하고 낙후된 환경의 성주 산골 사람들이 풍요와 개화 관련 이러저러한 바람을 가지고 이 고개를 넘었다 한다. 그래서 고개 이름마저도 그리 지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그 옛날 대천 시내에서 성주산 바래기재를 올려다보면 흰옷 입은 사람들이 나란히 기러기 떼처럼 산을 넘던 모습이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한다.
◯ 1987년 성주터널 개통
바래기재는 1987년 성주터널이 뚫리기 전까지만 하여도 한때 40번 국도가 지나는 도로였다. 부여방면을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이 모두 이 고갯길을 이용하였다. 당시 대천 시내에서 바래기재를 바라보면 사람과 차들이 오가는 모습이 훤하게 보이고 큰 버스나 트럭이 오갈 때는 그 광경이 아슬아슬하기도 하여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도 하였다. 고개 아래 터널이 뚫리면서 고갯길은 더는 국도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다만 관광 또는 산책길로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정상에서 대천 시가지 쪽을 바라보면 서해와 주변 섬들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대천 시가지의 야경은 볼만하다. 정상엔 옥마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고 찾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 구 옥마역에서 출발
국도의 기능을 내준 고갯길은 성주산을 오르는 등산객이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바래기재를 오르기 위해서는 보령 베이스 콘도(구 옥마역이 있던 자리) 옆에 난 성주산로를 지나야 하는데 남동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500여 m쯤 오르면 포장된 길이 끝나고 270도 오르막에 넓은 주차장이 나타난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대영사와 옥마산 등산로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으로 난 길이 바로 바래기재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 6 구비의 산책길
고갯길은 한때 국도였던 길이기에 차량 두 대가 넉넉히 교행할 정도로 폭이 넓다. 고개 초입부터 정상까지 길 양편에는 10여m 간격으로 산벚나무가 사열하듯 서 있고 곳곳에 조각품 내지는 꽃밭이 조성되어 오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첫 번째 계곡과 능선이 만나는 곳에는 의자와 탁자가 가지런하고, 그늘막과 운동기구도 있다. 쉼터 의자에 앉아서 시내 쪽을 조망하면 가까이 시청이 바로 앞이고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남포방조제, 서해안 고속국도도 확인할 수 있다. 더 멀리에는 원산도, 삽시도가 보이고 날이 좋은 날에는 먼바다 녹도와 호도는 물론 외연도까지도 보인다.
두 번째 돌아드는 곳, 오른쪽에는 성주암(수운교 보령지부)이 바위 위에 아슬아슬 올라서 있고, 그 왼쪽 아래에는 성주산 맑은 지하수를 마실 수 있는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또 산비탈에 해변에서나 볼 수 있는 곰솔(해송)이 많이 자라고 있어, 한 자리에서 자라는 육송들과 좋은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세 번째 돌아드는 곳에는 도라지와 꽃 잔디가 잘 조성되어 있고 봉황산 너머 주포 방면도 확인되고, 멀리 진당산, 조침산(봉대산), 아현산성을 알아볼 수 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돌아드는 곳에도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여섯 번째 마지막 돌아드는 곳을 바로 지나면 정자 옥마정이 우뚝하다. 정자에 올라 보령 시내와 서해를 조망할 수 있다. 정자 아래에는 매점이 하나 있다. 산행으로 흘린 땀을 잠시 음료를 마셔가며 식힐 수도 있다. 고개 입구 주차장에서 고갯마루까지는 총 2.1km로 빠른 걸음으로 40분 정도 소요된다.
◯ 성주로 넘어가는 길
고갯마루에 닿으면 북쪽 숲으로 난 길이 보이는데 왕자봉으로 가는 등산로다. 거기서 30여m 정도 동쪽으로 나아가서 남쪽으로 가면 옥마산으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난 길은 고갯마루에서 성주로 내려가는 길이다. 성주면에서 2001년에 자연학습장으로 조성하여 놓았다. 바래기재의 유래와 양송이 재배에 적혀 있다.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의 돌탑들도 조성되어 있는데, 돌탑 사이에 정지용 님의 ‘향수’란 시가 적힌 비석이 세워져 있다. 시비(詩碑)에 새겨진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를 되뇌며 자연학습장의 식물들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더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270도 도는 ‘옥카브’가 나타나는데 그 아래에 정자가 있다. 정자 옆에는 지하 100m에서 끌어올린다는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 자연학습장 길은 총 1.7km로 30여 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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